언젠가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현중의 예전 소속사는 답이 없는 곳이고 그렇다면 새로운 소속사는 어떠해야할까 하는 문제를 놓고 얘기하던 중, 제가 농담처럼 대한민국에는 김현중이 갈 만한 곳이 없는것 같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제 생각이 그랬습니다.
우리 스타가 보통의 상황에 놓인 그냥 촉망받는 연예인중의 하나였다면 부담없고 쉬운 선택의 길이 많았을테지만, 그가 처한 여러가지 상황들을 두루 생각할 때면 모두에게 최선일 수 있는 선택의 길이 정말 좁아보였으니까요.
그가 처한 여러 복잡한 연결고리들을 잘 풀어내며 안착할만한 곳이, 뭐 제가 잘 모르는 탓이겠지만 제눈에는 없어보였고, 또 그의 문제는 비단 하나의 연예기획사가 가진 능력의 여부로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 한국연예계가 품고있는 가능성과 한계 전반에 걸친 여러 의미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어려운 해결과제처럼 보였습니다.
처음 그의 팬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을 때 썼던 단어 '난해함'처럼
그가 처한 상황과 앞으로의 행보가 참으로 좁은 길일 수밖에 없었고 저는 계속되는 그 난해함 앞에 이것도 무슨 팔자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
90년대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의 바람이 불 때는 드라마에서 시작된 그 영향력이 보다 더 다양한 대중문화 전반의 영역으로 확대되기를 우리국민들은 바랬었고, 대중음악분야의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한 것은 그때까지 몇몇 메이저 기획사들이 가요시장을 독점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난을 받아왔던,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메이저 기획사의 기획상품쯤으로 여겨왔던 아이돌그룹들이었습니다.
아시아인들의 눈에 비친 대중문화를 통한 한국의 모습은 우리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한국의 대중 문화를 통해 읽는 한국의 이미지는 젊고 역동적인 다이나믹 코리아였던 거죠.
사실 국내의 평론가들에게 상당한 비판의 대상이었던 이런 가요계의 흐름들이 우리 가요계의 한 풍토로 인정받는 일에는 아이돌 그룹의 해외진출과 그로 인해 거둔 상당한 성과가 한 몫을 했습니다.
대중들의 다양한 욕구와는 달리 양분되어 있는 우리 가요시장이 지닌 한계와 또다른 긍정적 측면을 아이돌 그룹들의 활동에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아이돌 그룹들이 올린 해외에서의 수익이 국내에 알려진 이후로는 아무리 비판적인 입장에 섰던 사람들이라도 현실적으로 그들이 가진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우리 가요계의 모습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이수만씨가 오래전에 한 방송에서 나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아마 그때 SES라는 여성그룹을 소개하던 자리였을 거예요.
왜 여자그룹을 만들었냐는 질문에 그는 남자 아이돌을 데리고 해외를 다녀보니 군대 문제도 걸리고 이것이 해외진출에 영향이 많더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걸그룹이 남자 아이돌그룹을 뛰어넘을만큼 오래 장수한 것은 아니니 그가 고심한 해법도 딱히 정답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우리 대중가요의 대표적 특징이 되어버린 아이돌 그룹의 문제 속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근본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제일 걸림돌이라고 말한다면 여타 다른 경우의 수들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어느 나라보다 유행의 시기가 짧고 변화무쌍한 우리 사회의 풍토가 가요계라서 예외는 아닐테고,
때마다 나오는 무수한 신인들과 무섭게 변화하는 대중의 구미에 맞추려면 어느 기획사라도 정말 발바닥에 땀나오게 노력해야 하는 일인거죠.
유감스럽게도 현중의 이전 소속사는 그런 면으로 볼 때 일류레벨은 아니었고 또 우리 연예계의 풍토와 기반 자체가 롱런하는 아이돌그룹이 존재하기 힘든 면이 많습니다. 거기에 김현중이란 인물은 아이돌 출신 가수가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를 획득한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이기도 했고 그룹팬덤의 내부에서 이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수용하기보다는 내부의 균형을 깨는 견제의 의미로 더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그가 풀어내야 하는 해법은 너무도 복잡다단한 경우의 수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적어도 제가 볼 때는, 김현중이 처해왔던 현실은 그저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많은 모순들을 내포한 것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가운데 그가 감당해야할 선택은 그저 한 연예인 개인의 문제가 아닌, 더 많은 의미를 함께 지닌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10년 6월 29일,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 만료를 한 김현중의 다음 선택이 공식화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로만 보면, 계약기간을 채운 그는 다른 소속사로 이적했고 그의 그룹의 앞날이 불투명해진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가 그룹의 '리더'라는 책임감을 다하느라 그동안 얼마나 고심해왔는지 그 고민의 과정에 대해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그와 접촉했던 관계자들만이 경쟁이 뜨겁고 부침이 심한 아이돌그룹의 한 멤버가 처한 연예계 전반에 산재한 가장 첨예한 모순점들의 끝에서 그가 자신의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 뒤에서 보이지 않게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를 알고있을 따름입니다.
'리더'라는 이름만 주어지면 수퍼울트라 능력자라도 되는지 겨우 20대 중반인 그가 어떻게 우리 연예계가 지니고 있는 이 모든 모순점들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아 모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늘 그의 주변이 좀더 정상적인 상황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의 선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선택의 결과가 나오니 팬덤안에서 어느 곳은 축배를 들고 어느 곳은 눈물바다가 됩니다.
작년 연말 이후로 그는 늘 일관된 행보를 보여왔고 그 흐름의 연장선에서 있을 그의 선택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이었건만, 그의 선택에 이런 극단적인 반응이 있다는 자체가 또 가슴 아픕니다.
어쩔수 없는 현실의 한계 속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한 쪽이 있을 것이고
그는 처음부터 모두를 만족시키는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었던 외길 위를 달려야만 했던 거였습니다.
분명 그는, 이런 상황을 가장 원하지 않았고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룹을 이어가려는 그의 구상을 받아들이는 곳이 그 어디에도 없었는데 낮은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것 외에 그가 더이상 혼자서 무얼 더 할 수 있었을까요.
'리더'라고해서 흐르는 시간조차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냉혹한 시장은 이 엄연한 시장논리에 그저 충실할 뿐인것을....
글쎄요, 어떤 사랑을 어떻게 하면 미래의 가능성도 싫고 한류도 하찮고 과거의 예쁜 모습에만 머물러 달라고 하는 것이 사랑이 되는 것이고 내믿음에 부합하게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했어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요?
저는 여지껏 그 누구도 이에 관한 대안을 내놓은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왜 한국연예계에서 롱런하는 남아이돌 그룹이 드문 것이며 왜 개인활동과 병행해서 조화를 이루는 매니지먼트는 그렇게 힘든 것이고 그것을 수용하는 유연하고 성숙한 팬덤문화는 존재하기 힘든 것인지 이에 대한 해법을 찾은 적이 있었나요?
함량미달 소속사는 늘 교묘하게 악의적인 언플을 하고, 대안부재의 팬덤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마련인 개인팬덤의 욕구를 견제하고 죄악시하며 내 우물속 하늘만이 세상의 전부인양 대중의 시각과는 동떨어진 가치만을 주입하려는 상황의 연속,,,,,,,
이 위험한 외줄타기 위에 그를 올려놓고 세상은 그저 그가 어떤 선택을 할 지 팔짱끼고 구경하기만 해왔던것 아닌가요?
왜 그의 어깨에는 이리도 많은 짐들이 놓여야만 하는지,
왜 그의 선택에만 모든 책임이 다 있어야만 하는건지,
더 빛나도 모자라건만 늘 짐이 많은 우리 스타,
그래서 이 안타까운 팬생활을 놓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지금에 다다른 것인지 하여간 그는 선택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결코 어느 쪽의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두 한류스타가 만나 시너지 넘치는 드림팀이 되었다는 한 대중문화평론가의 말처럼 우리 연예산업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가까운 곳에 있는 무엇이 아닌,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 대한 대중들의 합당한 평가를 통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이 김현중에게있어 유일한 선택에 대한 평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그것이 내감정이 투영되지 않은 가장 김현중에게 '정당한' 평가의 기준이 될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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